초등 3~4학년 단짝 친구, 꼭 있어야 할까요. 4학년이 된 지 두 달쯤 지난 어느 날, 아이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학교 가면 놀 친구가 없어. 쉬는 시간에 나 혼자 놀아."
집단 활동을 제일 좋아하고, 한 명과 붙어 다니기보다 두루두루 어울리던 아이였습니다. 그런 아이 입에서 나온 말이라 더 놀랐습니다.
그리고, 이상한 점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그 아이에게는 3학년 때부터 마음이 잘 맞는 단짝 친구가 있었습니다. 단짝이 없어서 생긴 일이 아니었다는 뜻입니다.
문제는 다른 데 있었습니다. 4학년이 되면서 그 친구와 반이 갈렸고, 3학년 때 함께 다니던 아이들도 모두 다른 반이 되었습니다. 단짝은 그대로인데, 교실 안에 아는 얼굴이 없어진 것입니다.
초등 3~4학년 친구 관계를 두고 부모가 가장 많이 하는 걱정이 "우리 아이는 단짝이 없다"입니다. 반대로 "단짝만 붙어 다녀서 걱정"이라는 이야기도 자주 듣습니다. 어느 쪽이 맞을까요.
초등 중학년(3~4학년)의 친구 관계에는 성격이 다른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마음이 맞는 한두 명과 맺는 짝 관계이고, 다른 하나는 학교와 학원에서 함께 움직이는 무리 관계입니다. 이 둘은 서로를 대신하지 못합니다. 아이가 힘들어할 때 확인해야 할 것은 친구가 몇 명인지가 아니라, 둘 중 어느 쪽이 비어 있는가입니다.
이 글에서는 단짝이 정말 필요한지, 그리고 아이가 힘들어할 때 부모가 무엇을 보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발달 연구와 실제 경험으로 정리했습니다.

이 나이 아이에게 친구란 무엇일까
친구의 기준이 "같이 노는 사이"에서 "공평한 사이"로 옮겨갑니다
아동의 우정 개념을 연구한 비글로우와 라가이파(Bigelow & La Gaipa, 1975)는 6~14세 아이들에게 "가장 친한 친구에게 기대하는 것"을 글로 쓰게 했습니다. 그 결과 기대의 내용이 나이에 따라 순서대로 바뀐다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 시기 | 친구의 기준 | 아이의 말 |
|---|---|---|
| 초등 1~2학년 | 함께하는 활동 | "같이 놀면 친구야" |
| 초등 3~4학년 | 규범과 공정성 | "약속을 지켜야 친구야" |
| 초등 5학년 이후 | 신뢰와 공감 | "비밀을 지켜야 친구야" |
중학년에서 전면에 나오는 것이 규범과 공정성입니다. 친절한지, 나눠 쓰는지, 약속을 지키는지. 이 나이 아이가 친구를 판단하는 잣대는 어른의 것과 상당히 비슷해집니다.
문제는 잣대는 생겼는데 그 잣대를 자기에게도 똑같이 대는 능력은 아직 덜 자랐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쟤가 약속 안 지켰어"는 선명하게 보이고, "나도 지난주에 안 지켰다"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내 잘못과 남의 잘못이 같은 선 위에 놓이지 않는 것입니다.
공정성이라는 기준이 생기면 이런 형태의 말이 나옵니다.
"불공평해." "나만 빼고 놀았어." "왜 쟤 편만 들어."
모두 상대는 기준을 어겼고 나는 지켰다는 판단이 담긴 말입니다. 아이가 이기적으로 변해서 나오는 말이 아니라, 기준은 생겼는데 그 기준을 양쪽에 똑같이 대보는 일이 아직 어려워서 나오는 말입니다.
두 사람의 입장을 동시에 잡기는 아직 어렵습니다
발달심리학자 셀먼(Selman, 1980)의 우정 발달 이론에 따르면, 8~10세는 자기반성적 관점 취득 단계입니다. 상대가 나를 어떻게 볼지 생각할 수 있게 되지만, 내 관점과 상대 관점을 동시에 잡고 견주는 것은 아직 어렵습니다.
한 번에 하나씩만 볼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이 나이에는 "나랑 논다, 안 논다"를 두고 벌어지는 갈등이 흔합니다. 누가 누구 편을 들었다는 이유로 관계가 끊기기도 하고, 어른이 보기엔 사소한 일이 아이에게는 관계 전체를 판정하는 사건이 되기도 합니다.
고집이 아니라 아직 두 화면을 동시에 띄우지 못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단짝이 없으면 문제일까
먼저 "단짝이 없어서 걱정"이라는 쪽부터 보겠습니다.
아이들은 원래 '짝' 단위로 연결됩니다
미국 국립과학원이 펴낸 중기 아동기 발달 보고서는 또래관계 장에서 이렇게 정리합니다. 학령기 아동과 그 친구들은 큰 무리보다 둘씩 짝을 이루는 형태로 연결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무리가 뚜렷해지는 것은 오히려 중·고등학교에서입니다.
즉 이 나이에 마음 맞는 한 명이 생기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형태입니다.
같은 보고서의 다른 수치
학령기 아동은 "가장 친한 친구"를 평균 다섯 명 꼽습니다. 취학 전 아동이나 청소년보다 오히려 많습니다.
사회성 측정 면담에서 친구가 없다고 답한 아이는 2%였습니다.
국내 자료도 같은 방향입니다. 부산의 한 대규모 초등학교 4~6학년 685명을 조사한 연구(한대동·길임주, 2016)에서 친한 친구가 없다고 답한 경우는 0.7%였습니다.
깊은 친구 한 명이 넓은 인기보다 오래 남습니다
미국 버지니아대 연구팀은 청소년 169명을 15세부터 25세까지 10년간 추적했습니다(Narr 외, 2017). 결과가 흥미롭습니다.
10년 뒤에 갈린 것
친밀한 우정의 질이 높았던 아이들은 25세에 사회불안이 낮고, 자존감이 높고, 우울 증상이 적었습니다.
반면 또래 집단에서 폭넓게 선호받던(인기 있던) 아이들은 성인이 된 뒤 사회불안이 오히려 높았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두 차이가 곧바로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청소년기 동안에는 별 차이가 없다가, 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야 갈렸습니다.
다만 그 한 명이 지금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까지 읽고 "우리 아이는 아직 없는데" 하고 마음이 급해지셨다면, 한 가지를 짚고 가겠습니다.
방금 본 추적 연구는 15세부터 시작한 조사입니다. 초등 3~4학년이 아닙니다. 앞서 본 비글로우와 라가이파의 연구에서도 신뢰와 비밀 공유가 친구의 기준으로 올라오는 것은 5~6학년 이후입니다.
초등 중학년은 단짝을 완성하는 나이가 아니라, 찾아가는 나이입니다.
1편에서 이어지는 이야기
친구관계 시리즈 1편에서 "단짝은 학년이 올라가면서 서서히 생긴다"고 썼습니다. 우리 집 아이는 그 시점이 3학년이었지만, 그건 우리 집 이야기이지 기준이 아닙니다.
저는 아이가 친구 문제로 힘들어할 때 이렇게 말합니다.
"진짜 친한 친구는 쉽게 만나지 못해. 지금 단짝이라고 생각하는 친구도 중학교, 고등학교 가면서 서로 마음이 달라질 수 있어. 엄마도 고등학교 2~3학년이 되어서야 제일 친한 친구가 한 명 생겼어. 그 전에는 다 그냥 함께 다니는 친구였고. 너는 지금 그런 친구를 찾아가는 중인 거야. 짧게 보지 말고 길게 보자."
지금 단짝이 없는 것은 뒤처진 것이 아니라 아직 진행 중인 것입니다. 반대로 지금 있는 단짝이 끝까지 간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어느 쪽이든 이 나이에는 아직 결론이 아닙니다.
담임 선생님은 "단짝 없는 반"을 원한다고 하셨습니다
같은 질문을 교실 안에서 매일 보는 사람은 다르게 답하기도 합니다.
4학년 학기 초, 공개수업이 끝나고 학부모만 남아 1년 계획을 듣는 학급설명회가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담임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올해 맡은 반은 단짝이 없는 반으로 만들고 싶다.
이유도 함께 말씀하셨습니다. 단짝이 생기면 좋은 점도 있지만, 다퉈서 안 놀게 되거나 전학처럼 관계가 끊기는 일이 생기면 아이가 큰 상실감을 느껴 학교생활 자체를 힘들어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다 함께 잘 노는 반을 만들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이건 개인 의견입니다. 다만 혼자만의 생각도 아닙니다
먼저 분명히 해두겠습니다. 이 말씀은 한 선생님의 학급 운영 방침이지, 교육부 지침이나 연구로 확립된 결론이 아닙니다.
다만 비슷한 고민은 다른 나라에도 있습니다. 영국과 미국의 일부 학교는 아예 "가장 친한 친구(best friend)"라는 표현을 쓰지 않게 하는 방침을 두어 논쟁이 됐습니다. 아이들이 서로 배제하는 일을 줄이자는 취지였습니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갈립니다. 한쪽에서는 단짝이 떠나거나 누구의 단짝도 되지 못한 아이들이 겪는 괴로움을 지적합니다. 다른 쪽에서는 단짝 관계야말로 아이가 관계 맺는 법을 배우는 자리라고 반박합니다. 앞서 본 Narr 연구도 후자에 가깝습니다.
정답이 정해진 문제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저는 선생님 말씀에 공감했습니다
우리 집 이야기 · 전학 이야기가 나왔을 때
우리 아이가 3학년 때 친해진 그 단짝 친구가, 4학년에 전학을 갈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저는 헤어짐도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쪽입니다. 갑자기 사라지는 것보다, 언제 가는지 알고 선물이나 둘이 보내는 시간을 미리 만들어두는 편이 나중에 덜 서운합니다. 그래서 아이에게 물었습니다. 그 친구 정말 전학 가는지, 간다면 언제 가는지 물어봐 달라고요.
그런데 아이는 며칠 동안 계속 모른다고만 했습니다.
몇 번을 더 물었을 때, 아이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엄마, 나 이사 얘기하면 너무 속상하고, 눈물나..."
그때 알았습니다. 아이는 모르는 게 아니라 묻고 싶지 않았던 것이었습니다. 확인하는 순간 진짜가 될까 봐 피하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나서야 이게 가벼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알았습니다. 선생님이 말씀하신 "큰 상실감"이 어떤 모습인지, 아이가 먼저 보여준 셈입니다.
다행히 전학은 당분간 없던 일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며칠 동안 저는 아이의 관계가 한 명에게만 걸려 있으면 아이도 부모도 함께 흔들린다는 걸 알았습니다. 선생님이 왜 그런 반을 만들고 싶다고 하셨는지, 그때 이해가 됐습니다.
충돌이 아니라 보고 있는 곳이 다릅니다
선생님의 걱정과 연구 결과가 부딪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나눠 보면 어긋나지 않습니다.
| 선생님이 걱정한 것 | 연구가 본 것 | |
|---|---|---|
| 대상 | 단짝만 있는 상태 | 단짝이 있는 것 자체 |
| 결과 | 그 관계가 끊기면 크게 흔들림 | 단짝은 장기적으로 도움이 됨 |
연구가 "위험이 없다"고 말한 것은 아닙니다. 관계가 끊길 때의 충격은 실제로 있습니다. 저희 아이가 겪은 것이 그것입니다. 두 이야기는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있을 뿐입니다.
답은 단짝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단짝이 유일한 관계가 되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그 뒤로 아이가 여럿과 어울리는 모습을 볼 때마다, 저는 여럿이서 놀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우리 집은 어떻게 지나왔나
에피소드 1 · 쉬는 시간마다 화장실에 갔던 이유
글 첫머리에서 말한 4학년 4~5월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아이가 "놀 친구가 없다"고 했을 때, 처음에 저는 "정말 아무도 없어?", "○○는 왜 안 놀아줘?"라고 물었습니다. 답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질문을 바꿔가며 계속 물었고, 마지막에 이렇게 물었습니다.
"다른 친구들하고 어울리지 못하고 있으면, 너는 쉬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
여기서 답이 나왔습니다. 아이는 쉬는 시간마다 화장실에 갔다고 했습니다. 화장실에 가면 다른 반이 된 단짝 친구를 마주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 말을 듣고 제가 한 말은 위로가 아니었습니다.
"쉬는 시간마다 교실을 비우면, 반 친구들은 네가 없는 줄 알아. 너랑 놀고 싶은 아이가 있어도 널 못 찾잖아. 불편해도 쉬는 시간엔 교실에 있어봐."
친구를 찾아 밖으로 나가는 행동이 오히려 새 반에서 관계가 생길 기회를 없애고 있었습니다. 아이에게 짝은 있었지만, 새 반에 무리가 없었습니다.
그 뒤로 상황은 나아졌습니다.
에피소드 2 · 짝은 1년에 걸쳐 만들어졌습니다
3학년 때 단짝 친구와 어떻게 친해졌는지 적어보면 이렇습니다. 같은 반이라 모둠 활동을 함께 했고, 담임 선생님이 학급 문집 표지를 공모하자 둘이 하교 후에 만나 함께 그렸습니다. 그 그림이 선정됐습니다. 놀이터에서 종종 만나 놀았고, 원래 같은 피아노 학원에 다니고 있었는데 어쩌다 요일과 시간까지 겹쳤습니다. 친해지기 전부터 학원에서 마주치던 사이였습니다.
특별히 계획한 것은 없었습니다. 같은 자리에 있었고, 그 자리에서 함께 무언가를 했을 뿐입니다.
4학년이 되어 반이 갈린 뒤로는 아이들끼리 요일을 이야기해 맞춥니다. 학원 가는 날은 함께 하교하고 함께 학원으로 갑니다. 학원까지 같이 가는 무리에는 다른 아이도 두세 명 더 있고, 요일에 따라 인원이 늘기도 합니다.
지금 아이는 단짝 친구를 포함해 다섯에서 여섯 명 정도와 학교와 학원에서 어울립니다. 학원을 함께 다니고, 생일파티도 같이 합니다. 학원 밖에서 따로 만나 노는 것은 주로 단짝 친구와 둘이지만, 놀이터에서 우연히 만나는 아이들이나 동생들과도 어울려 놉니다.
앞에서 본 "가장 친한 친구를 평균 다섯 명 꼽는다"는 숫자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짝과 무리가 동시에 있는 상태이고, 두 관계가 하는 일이 서로 다릅니다.
에피소드 3 · 관계를 좁히려는 아이와 넓히려는 아이
같이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 중에, 1학년과 3학년 때 우리 아이와 같은 반이었던 아이가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학원 친구라고 부르겠습니다.
학원 친구는 관계를 좁게 유지하고 싶어하는 쪽이었습니다. 여럿이 있어도 우리 아이와 둘이 움직이려 했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먼저 하고 싶어했습니다. 반면 우리 아이는 여럿과 두루 어울리는 쪽입니다. 어느 쪽이 옳고 그른 것이 아니라, 관계를 편하게 느끼는 폭이 서로 달랐습니다.
그러다 피아노 학원에서 학원 친구와 단짝 친구 사이에 언쟁이 있었습니다. 우리 아이가 보기엔 단짝 친구 쪽이 맞았고,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 일로 학원 친구의 감정이 크게 상했습니다.
저는 그 자리에 없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누가 맞고 누가 틀렸는지 저는 모릅니다. 제가 아는 것은 아이에게 들은 이야기 하나뿐이고, 그마저도 아이의 자리에서 본 이야기입니다.
다만 앞에서 본 "왜 쟤 편만 들어"가 나오는 자리가 여기라는 것은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학원 친구 쪽에서 보면 우리 아이가 한쪽 편만 든 일이었을 테고, 우리 아이 쪽에서 보면 맞는 말을 한 것이었을 겁니다. 상대의 자리에서 한 번 더 보는 일이 이 나이에는 아직 어렵습니다.
그건 어른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한쪽 이야기만 듣고 나면 그 편에서 보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누가 옳았는지는 판단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후 학원 친구는 우리 아이와 놀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인사를 해도 받지 않았고, 어느 날은 자기에게 인사하지 말라고까지 했습니다.
아이가 힘들어하며 물었습니다. 왜 그러는 거냐고. 제가 한 말은 이랬습니다.
"인사를 받을지 말지는 그 아이 마음이야. 거기까지 말했다면 너도 너무 다가가지 마. 거리를 좀 두자. 나중에 그 아이가 먼저 인사하면, 그때 차분히 물어봐."
여름방학 전부터니 두 달이 넘었습니다. 두 아이는 아직 함께 놀지 않습니다. 그래도 우리 아이는 나머지 친구들과 잘 지냅니다. 관계 하나가 끊겼다고 해서 학교생활이 무너지지는 않았습니다.
함께하는 무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짝과 무리, 두 관계는 이렇게 다릅니다
에피소드를 늘어놓고 보면 두 관계가 만들어지는 방식이 다릅니다.
| 짝 관계 | 무리 관계 | |
|---|---|---|
| 인원 | 한두 명 | 다섯 명 안팎 |
| 만들어지는 곳 | 주어진 자리에서 시작해, 아이들이 따로 이어 붙인 시간 (하교 후 약속, 놀이터) | 이미 있는 자리 (같은 반, 하굣길, 학원) |
| 끊길 때 | 다툼, 전학 | 반 편성 |
우리 아이의 4학년 4~5월은 짝은 있는데 무리가 비어 있던 시기였습니다. 그래서 짝을 찾아 교실 밖으로 나갔고, 그 행동이 무리가 생길 기회까지 없앴습니다.
친구관계 시리즈 1편에서 다룬 1학년 아이의 "오늘 친구 없었어"도 같은 구조였습니다. 늘 같이 놀던 두 친구가 결석한 날의 이야기였습니다. 하루짜리냐 한 학년짜리냐의 차이일 뿐입니다.
이 정리에 대한 한 가지 단서
"짝과 무리"라는 이 정리는 저의 해석이지, 발달심리학의 공식 용어가 아닙니다. 다만 근거가 아주 없지는 않습니다.
앞서 인용한 국립과학원 보고서에는, 서로 모르는 1학년과 3학년 아이들을 세 명씩 묶어 다섯 번의 놀이 시간을 갖게 한 뒤 관찰한 연구가 소개됩니다. 그 결과 아이들 사이의 말이 늘고 함께 하는 과제의 수행도 좋아졌습니다. 다만 같은 보고서는 단순히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는 서로에게 끌리는 효과가 일정하지 않다고도 적고 있습니다.
두 가지를 합치면 이렇게 됩니다. 같은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자리에서 함께 무언가를 해야 관계가 쌓입니다. 우리 아이와 단짝 친구 사이에 쌓인 것도 "같은 반"이 아니라 모둠 활동, 표지 그리기, 놀이터였습니다.
부모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 4단계
1."왜"가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를 물으세요
아이가 친구 이야기를 꺼내면 감정을 먼저 받아주는 것이 순서입니다. 시리즈 1편에서도 다룬 원칙이고,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도 해결책을 제시하기 전에 감정을 먼저 받아줄 것을 강조합니다.
그다음이 문제입니다. 대부분의 부모가 여기서 "왜"를 묻습니다. "왜 안 놀아줘?", "왜 혼자 있었어?" 그런데 이 질문에는 아이도 답을 모릅니다.
답이 나오는 질문
"다른 친구들은 뭐 하고 놀아?"
"넌 그 놀이가 싫어?"
"누구누구랑 노는데, 그중에 놀고 싶은 친구는 누구야?"
"모둠은 누구랑 해? 누구랑 하는 게 좀 나아?"
여기에 한 가지를 더하면 좋습니다. 상황을 콕 집어 묻는 것입니다.
"쉬는 시간 어떻게 보내?"라고만 물으면 잘 논 날 이야기가 나옵니다. "다른 친구들하고 어울리지 못하고 있으면, 너는 쉬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라고 물어야 그 상황의 행동이 나옵니다. 저희 집에서 아이가 쉬는 시간마다 화장실에 간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도 이 질문에서였습니다.
2.친구 수를 세지 말고, 두 가지를 나눠서 보세요
"몇 명이랑 놀아?"는 아이를 위축시킬 뿐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습니다. 대신 부모가 속으로 확인할 것은 두 가지입니다.
짝이 있는가
-
주어진 자리 밖에서 따로 만나 노는 아이가 있는지
-
아이가 이름을 자주 꺼내는 아이가 있는지
무리가 있는가
-
같은 반에서 함께 움직이는 아이들이 있는지
-
하굣길이나 학원에서 겹치는 아이가 있는지
아이의 말에서도 어느 쪽이 비었는지 드러납니다.
| 아이가 이렇게 말한다면 | 비어 있는 쪽 |
|---|---|
| "여럿이랑 놀긴 하는데 진짜 친한 애는 없어" | 짝 |
| "걔가 없으면 놀 사람이 없어" | 무리 |
한쪽이 비어 있다면 필요한 것도 다릅니다. 짝이 없다면 둘이 함께 무언가를 할 시간이 필요하고, 무리가 없다면 반 안에서 어울릴 자리가 필요합니다.
3.자리를 지키게 하세요
이 글에서 가장 실천하기 쉬운 조언입니다. 아이가 관계에서 밀려났다고 느낄 때 흔히 하는 행동이 그 자리를 벗어나는 것입니다. 쉬는 시간에 교실을 나가거나, 도서관이나 화장실로 가거나, 다른 반을 찾아갑니다.
마음은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결과는 반대로 갑니다. 교실을 비우면 반 아이들에게는 그 아이가 없는 사람이 되고, 함께 놀 기회 자체가 사라집니다.
"불편해도 쉬는 시간엔 교실에 있어보자."
거창한 사회성 훈련보다 이 한마디가 먼저입니다. 관계는 거기 있는 아이들 사이에서 만들어집니다.
다만 이 조언에는 전제가 있습니다
아이가 교실을 피하는 이유가 괴롭힘이나 따돌림이 아닐 때에만 해당합니다. 특정 아이들에게 시달려서 도서관이나 화장실로 피하는 것이라면, 교실에 있으라는 말은 아이를 그 자리에 다시 밀어 넣는 것이 됩니다.
왜 나가 있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그 이유가 괴롭힘 쪽이라면 담임 선생님과 상담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4.계획하고 조정하는 건 아이가 하게 두세요
이건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제가 겪고 보아온 바로는, 부모가 만들어준 친구 관계는 아이들이 다툴 때 어른들까지 함께 얽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유치원 때 시작된 그 방식이 4학년이 넘도록 이어지는 경우도 봤습니다.
아이가 자랄수록 부모의 개입은 줄어드는 쪽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아이가 4학년에 반이 갈린 뒤 단짝 친구와 학원 요일을 맞춘 것도, 아이들끼리 계속 같이 다니자고 이야기한 결과였습니다. 제가 한 일은 "그래도 되냐"는 물음에 다른 일정과 겹치지 않으니 그러라고 답한 것뿐입니다.
계획하고 조정하는 건 아이가 해야 하는 연습이고, 부모는 부족한 부분을 채웁니다.
임상심리 전문가 조선미 교수도 아이가 또래 갈등을 스스로 겪고 풀어보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이것만은 하지 마세요
부모가 관계를 만들어주고, 그 관계에 다시 개입하기
상대 부모에게 연락해 놀이 약속을 잡아주는 것은 단기적으로 통합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아이들이 다투면 그 관계를 만든 어른들이 다시 조율에 나서게 되고, 아이들 사이의 일이 어른들의 일이 됩니다. 심각한 사안이 아니라면 상대 부모가 아니라 담임 선생님과 상담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친구 수를 세거나 비교하기
"언니는 친구 많잖아", "○○는 여러 명이랑 놀던데." 아이에게는 "나는 부족한 아이"라는 메시지로만 남습니다. 앞에서 봤듯이 친구 수는 이 나이에 판단 기준이 되기 어렵습니다.
"그 친구랑 놀지 마"
당장은 해결처럼 보이지만 관계 선택권을 부모가 가져오는 것입니다. 이 나이 아이는 스스로 거리를 조절하는 법을 배우는 중입니다.
인사를 받지 않는 아이를 나쁜 아이로 규정하기
"걔가 이상한 거야"라고 정리하면 아이도 그 시선을 그대로 씁니다. 교실에서 매일 마주치는 관계라면 더 굳어집니다.
아이 성향을 문제로 규정하기
"넌 왜 이렇게 소극적이야"는 상황을 성격 탓으로 바꿉니다. 반이 갈려 무리가 사라진 것은 성격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 부분이 걱정되셨나요?
우리 아이는 단짝이 없어요. 괜찮을까요?
중기 아동기 발달 연구에 따르면 학령기 아동은 "가장 친한 친구"를 평균 다섯 명 정도 꼽습니다. 취학 전 아동이나 청소년보다 오히려 많습니다. 국내 조사(한대동·길임주, 2016)에서도 초등 4~6학년 685명 중 친한 친구가 없다고 답한 경우는 0.7%였습니다. 이 나이에 친구가 아예 없는 상태는 매우 드뭅니다.
무엇보다 단짝은 이 나이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찾아가는 중입니다. 신뢰나 비밀 공유가 친구의 기준이 되는 것은 5~6학년 이후이고, 그 뒤로도 관계는 계속 바뀝니다. 지금 없다고 해서 뒤처진 것이 아닙니다. 다만 이름을 자주 꺼내는 아이가 한 명도 없고 함께 움직이는 무리도 없다면, 그때는 두 가지가 모두 비어 있는 것이므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반대로 단짝하고만 붙어 다녀서 걱정입니다.
저희 아이 4학년 담임 선생님도 같은 이유로 "단짝 없는 반"을 만들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관계가 한 명에게만 걸려 있으면 다툼이나 전학으로 그 관계가 끊길 때 아이가 크게 흔들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단짝을 떼어놓는 방식은 권하지 않습니다. 여럿과 어울리는 것도 괜찮다는 신호를 주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학교와 학원은 물론이고 아이들이 모이는 놀이터나 도서관처럼, 여러 아이와 반복해서 마주치는 자리가 이미 있다면 그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넓어집니다.
새 학년이 되고 반이 갈린 뒤로 계속 힘들어합니다. 언제까지 지켜봐야 할까요?
반 편성은 아이가 1년간 쌓아온 무리를 한 번에 없앱니다. 새 반에서 자리를 잡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지켜보는 동안 확인할 것은 기분보다 자리의 유무입니다. 학원이나 하굣길처럼 반 밖에서 유지되는 관계가 있고, 새 반에서 대화하는 아이가 조금씩 생긴다면 진행 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 등교 거부나 신체 증상이 2주 이상 이어진다면 담임 선생님과 상담이 필요합니다.
친구 관계 문제가 아니라 따돌림이나 괴롭힘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구분하나요?
집에서 듣는 이야기만으로 부모가 구분하기는 어렵습니다. 이 글에서 다룬 것은 관계가 아직 만들어지는 중이거나, 한쪽이 거리를 두는 상황입니다. 반면 여러 아이가 한 아이를 겨냥해 지속적으로 배제하거나 괴롭히는 것은 다른 문제이고, 부모가 지켜보며 기다릴 사안이 아닙니다.
아래 마무리에 정리한 신호가 보인다면 담임 선생님과 상담하시는 편이 낫습니다. 교실 안에서 아이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매일 보는 어른은 담임 선생님뿐입니다. 부모가 볼 수 없는 장면을 확인할 수 있고, 자리 배치나 모둠 구성처럼 부모가 할 수 없는 조치도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아이가 쉬는 시간마다 교실 밖으로 피하는데 그 이유를 말하지 못한다면, "교실에 있어보자"고 말하기 전에 먼저 확인이 필요합니다.
마무리 - 전문가 도움이 필요한 신호
초등 3~4학년 단짝 친구는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됩니다. 중요한 것은 한쪽만 있는 상태가 오래가지 않는 것입니다. 짝만 있으면 그 관계가 끊길 때 무너지고, 무리만 있으면 마음을 나눌 자리가 없습니다.
아이가 "놀 친구가 없어"라고 할 때, 그 말은 대개 친구가 없다는 뜻이 아니라 둘 중 한쪽이 비었다는 뜻입니다. 아이가 부족해서도, 부모가 잘못해서도 아닙니다.
다만 아래 신호가 2주 이상 이어진다면, 담임 선생님이나 전문가와 상담을 권합니다.
전문가 상담이 필요한 신호
- 등교를 강하게 거부하거나 학교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는 경우
- 여러 아이가 한 아이를 겨냥해 지속적으로 배제하는 정황이 있는 경우
- 쉬는 시간마다 교실 밖으로 피하는 행동이 계속되고, 그 이유를 말하지 못하는 경우
- 온라인 메신저나 SNS로 갈등이 옮겨가 밤까지 이어지는 경우
- 두통, 복통 같은 신체 증상이 등교 전마다 반복되는 경우
- 자기 잘못이 아닌 일에 대해 반복적으로 자책하는 말을 하는 경우
부모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친구를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친구가 생길 자리를 남겨두는 것입니다.
다음 편 예고
아이가 자라면서 친구 관계는 계속 모양을 바꿉니다. 그때그때 겪게 되는 상황을 따라 친구관계 시리즈를 이어가겠습니다.
[ 참고 자료 ]
셀먼의 우정 발달 이론
로버트 셀먼(Robert L. Selman)은 하버드 교육대학원 발달심리학자로, 아이가 타인의 관점을 이해하는 능력이 나이와 함께 어떻게 발달하는지를 연구했습니다. 이 능력에 따라 우정 개념이 5단계로 발달한다고 보았으며, 초등 중학년은 상대의 관점을 생각할 수는 있으나 자기 관점과 동시에 견주기는 어려운 단계에 해당합니다.
Selman, R. L. (1980). The Growth of Interpersonal Understanding: Developmental and Clinical Analyses. Academic Press. (단행본, 온라인 미공개)
비글로우와 라가이파의 우정 개념 연구
브라이언 비글로우(Brian Bigelow)와 존 라가이파(John La Gaipa)는 6~14세 아동에게 가장 친한 친구에게 기대하는 것을 글로 쓰게 한 뒤 분석해, 친구에 대한 기대가 '함께 노는 것 → 공정함 → 신뢰와 공감' 순으로 발달한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Bigelow, B. J., & La Gaipa, J. J. (1975). Children's written descriptions of friendship: A multidimensional analysis. Developmental Psychology, 11, 857-858.
중기 아동기 또래관계 보고서
미국 국립과학원 산하 위원회가 6~12세 아동 발달 연구를 종합한 보고서입니다. 또래관계 장에서 학령기 아동이 큰 무리보다 둘씩 짝을 이루어 연결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 가장 친한 친구를 평균 다섯 명 꼽는다는 점, 친구가 없다고 답한 아동이 2%였다는 점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1984년 미국에서 발간된 보고서이며 인용된 원자료는 1970~80년대 미국 조사라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National Research Council (1984). Development During Middle Childhood: The Years From Six to Twelve. National Academy Press. (Chapter: The Peer Context in Middle Childhood)
친밀한 우정과 성인기 정신건강 추적 연구
미국 버지니아대 연구팀이 청소년 169명을 15세부터 25세까지 10년간 추적해, 친밀한 우정의 질과 또래 집단 내 인기가 성인기 정신건강에 각각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비교한 연구입니다. 우정의 질은 참가자 본인이 아니라 15세 때 그 아이의 절친이 평가했습니다. 조사 시작 연령이 15세이므로 초등 연령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습니다.
Narr, R. K., Allen, J. P., Tan, J. S., & Loeb, E. L. Close Friendship Strength and Broader Peer Group Desirability as Differential Predictors of Adult Mental Health. Child Development. (SRCD 2017년 8월 발표) doi.org/10.1111/cdev.12905
초등 고학년 친구관계 국내 조사
부산대 한대동, 동서대 길임주 연구팀이 부산의 한 대규모 초등학교 4~6학년 전체 685명을 대상으로 친구의 수, 친구 선택 기준, 인기 있는 친구의 특성 등을 조사한 연구입니다. 친한 친구가 없는 경우는 0.7%로 매우 적었고, 4학년은 5~6학년에 비해 더 순수한 편이었으나 5학년부터 세속적이고 계산적인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한 지역 한 학교를 대상으로 한 조사이며 3학년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한대동, 길임주 (2016).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들의 친구관계의 양상과 발달에 관한 조사연구. 초등교육연구, 29(4), 257-280.
'내 아이 마음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초등 1학년 반학기, 우리 아이 잘 적응했나 - 부모가 점검할 5가지 (0) | 2026.08.26 |
|---|---|
| "학교 가기 싫은 게 아니었어요" - 학교 좋아하는 아이도 겪는 초등 2학기 개학 불안 (1) | 2026.08.13 |
| "심심해"는 나쁜 신호가 아닙니다 - 초등 아이 지루함이 창의성이 되는 순간 (1) | 2026.08.03 |
| 초등 1학년 친구 고민, 어디까지가 정상일까 (친구관계 시리즈 ①) (3) | 2026.06.24 |
| 학교생활 2개월 차, 우리 아이 적응 신호 읽는 법 (0) | 2026.05.28 |